발행 2020년 10월 16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천의무봉’, ‘ㄹ’ 한복을 입은 BTS 美 ‘지미 팰런 쇼’ 영상

 

방탄소년단(BTS), 경복궁, 한복이 이달 핫한 화제로 떠올랐다.
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인기 프로그램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한 글로벌 아이돌그룹 BTS의 영상 때문이다. BTS는 물론 그들이 열창한 ‘아이돌’, ‘소우주’ 무대로 등장한 경복궁(근정전, 경회루)과 착용 의상에도 자연히 관심이 몰렸다. 
미국 현지 SNS 실시간 트렌드에 ‘HANBOK’이 오르기도 했고, 온라인을 통해 세계로 영상이 퍼져나가며 지금까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BTS가 무대의상으로 선택한 한복 브랜드는 ‘천의무봉’(조영기), ‘ㄹ’(김종원)이다. RM과 뷔가 ‘천의무봉’의 검은색 봉문갑사를, 지민과 슈가, 제이홉이 ‘ㄹ’의 한복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BTS의 한복 착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멜론 뮤직 어워드(MMA) 공연에서도 ‘천의무봉’ 측에 제작 의뢰한 의상을 착용했으며, 동일 무대에서 지민이 착용한 ‘리슬’(황이슬) 사폭 슬랙스도 조명을 받았다.


‘한복+아이돌’ 조합은 최근 2~3년 두드러진다. 블랙핑크, 지코, 오마이걸, 원어스 등 많은 그룹이 국가 행사나 명절과 같은 스페셜데이 이슈가 없을 때도 한복 모티브의 의상을 활용하는 사례를 찾기 쉽다. 

 

 

ㄹ X 미스터트롯, 지코, 김덕수, 한현미
ㄹ X 미스터트롯, 지코, 김덕수, 한현민

 

 

협찬이나 제작 의뢰, 또는 직접 구매해 해당 그룹 의상팀이 성격에 맞게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왜색 논란이 불거지기도 하는데, 매우 ‘핫’하다는 증거다.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K팝 그룹은 해외에 ‘한국의 멋’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지난 7월에도 블랙핑크가 선보인 뮤직비디오 속 ‘단하’(김단하) 의상이 노출돼 ‘HANBOK’이 구글에서 연중 가장 높은 검색 수를 기록한 바 있다.

 

 

다시곰 X 애매모호한무용단
다시곰 X 애매모호한무용단

 


K드라마도 좋은 무대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하게 쏘아올린 사극 ‘킹덤’의 인기로 한복이 더 알려졌고, 올 초 이슈 작 ‘이태원 클라쓰’(JTBC)도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팬들을 만나고 있는데 배우 유재명(장대희 역)이 착용한 한복 스타일 의상 역시 주목을 받았다.

 

정부, 단체 한복 사업 지원 확대 

 

드라마 속 모든 의상을 맞춤 제작한 ‘기로에’ 박선옥 디자이너는 “이태원 클라쓰를 계기로 SNS로 해외 DM이 많이 오는 등 K드라마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전보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로에 X 골든차일드
기로에 X 골든차일드

 


이런 분위기를 타고 문체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복진흥센터에서도 K팝을 포함한 K(한류)콘텐츠와 한복의 콜라보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상반기 전통(한복) 분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류연계 협업콘텐츠 기획개발 지원사업’ 지원팀을 선정, 그 결과물들이 활발히 노출되는 중이다.


선정 기업은 총 7곳-기로에(박선옥), 다시곰(이승주), 리슬(황이슬), 시지앤이(이서정), 여미다(송혜미), 한복린(김민정), 혜온(권혜진)-이다. 콜라보 대상 섭외부터 기획, 디자인, 제작, 홍보,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며 초기부터 SNS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참여 유도 노력을 했다.

 

판로 다각화, 전공자 육성 시급 

 

역시 아이돌과 협업한 브랜드들은 해외의 관심이 빠르게 증가함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영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의 댓글과 DM이 이어졌다.

 

 

혜온 X 모모랜드
혜온 X 모모랜드

 


‘혜온’ 권혜진 디자이너는 “걸그룹 ‘모모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국내 팬보다 해외 팬덤이 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판매수익도 중요하지만 문화전파와 한국문화에 대한 친근감 형성도 보이지 않는 큰 수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은 5억4천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지원금액 책정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한복 브랜드에 업체당 1천만 원 이상 지원되는 선례가 없었다는 것에 비춰볼 때 한복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한복진흥센터(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설기관)라는 단체도 2014년 6월 처음 출범했다. 한복 산업 1세대가 기술을 익히고 전수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영세 1인 기업 중심이었던 만큼 한복의 문화적 가치 제고와 산업 활성화 지원을 끌고 갈 대표 단체나 기관이 쉽게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복린 X '선녀와 나무꾼' 전래동화 특허 로브 디자인, 한예종
한복린 X ‘선녀와 나무꾼’ 전래동화 특허 로브 디자인, 한예종

 


현재 정부의 우수문화상품 선정 제도, 한복진흥센터의 브랜드 신제품 개발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이 전개되고 있는데, ‘관심’에 치우친 게 대부분이다. 


다시 불어온 K콘텐츠 바람이 한복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있는 만큼 ‘관심’을 ‘성과’로 바꿀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체 지원 외에 기존 마켓과 해외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의 안정적인 진출 환경 조성, 전공 교육 확대를 위한 지원 마련도 시급하다는 것이 한복 업계 관계자 대부분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멘트 – BTS 경복궁 의상 제작, 조영기 ‘천의무봉’ 디자이너


“한복의 원리 모르면 응용 어려워… 
DNA 정확히 유지한, 현대의 디자인 필요”


한복은 전통 카테고리 한계를 벗어나 일상에 더 가까운 옷이 되고, 해외로의 길을 트려면 ‘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90년대 생활한복 붐, 5~6년 전 철릭 원피스 붐이 관련 브랜드를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품이 빠지고 일부만 걸러졌다. 빵 떴다 금세 사그라드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디자인의 한계다.

 

 

조용기 디자이너
조영기 디자이너

 


현재 한복 현대화는 전통적인 형태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 소재 등을 생활 한복화 하는 것, 양장형으로 바꿔 모티브만 차용하는 것 두 가지로 이뤄지고 있는데, 쉬운 방법은 후자다. 양장 옷에 한국적 문양, 원단, 자수나 프린트 등 한복의 특징을 결합하는 것이 훨씬 쉽고, 공장 대량생산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는 서양 패션 브랜드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양장에 세련되게 깃을 단 디자인 등 동양의 특징과 요소를 쓴 패션 브랜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다. 다 모아 ‘신(新) 한복’이라 해도 믿을지 모른다.


한복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디자인 하면 할수록 한복이 아닌 것이 되는데 일반 패션 브랜드와 구분 안 되는 한복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다른 좋은 선택지가 많다. 


‘한복의 DNA를 정확히 유지한, 정체성이 느껴지는 현대에 맞는 한복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것이 전제돼야 완벽한 대중화, 세계화는 아니라도 ‘꼭 필요한 옷’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천의무봉
천의무봉

 


전통에 현대를 접목하는 것은 굉장한 미묘한 기술을 요한다. 한국의 색을 가진 디자이너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뉘앙스와 느낌, 형식, 특징을 이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전공지식을 제대로 습득하는 것이 먼저다. 


전공자들이 한국 복식을 배운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큰데, 현재 우리나라 의상 전공학과에는 한국 복식, 한복 교육이 거의 사라졌다. 


외형만 보고 베끼는 것과 스토리텔링이 된 것은 다르다. 원리를 모르면 응용이 어렵고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전통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형식을 재조합하거나 분해해 재해석 할 수 있어야 정체성이 느껴지는 다양한 한복이 나올 수 있다. 뿌리부터 다질 환경을 갖춰나가는 것이 서양식 브랜드에 흡수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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