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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20일
청담동 명품거리 ‘절반이 비었다’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국내 유일의 하이엔드 상권인 청담동 명품거리가 한집 건너 한집씩 비어있다.
청담동 공실 문제는 수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부쩍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절반에 가까운 매장이 비어 있다.
브룩스브라더스, 지방시, 자딕앤볼테르, 루이까또즈, 보기 밀라노, 제롬 드레이퓌스 등 국내외 명품과 매스티지를 막론하고 이 곳에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아베크롬비앤피치 등이 빠진 일부 매장은 1년에서 길게는 1년 8개월 가량 빈 상태로 남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 향후 1~2년 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임에도 매월 4천만 원 이상 적자가 나서 결국 해외 본사와 논의 끝에 청담동 매장을 접었다. 과거만큼의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실제 이곳 매장중 대표적 명품 2~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 매장으로 판단된다.
유명세가 있는 해외 브랜드일 경우 명품거리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이 계약 조건 중 하나로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사 정책 역시 과거에 비해 유연하게 바뀌고 있다. 이 경우 해외 본사가 최대 50% 가량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상당히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 홍보 거점기능도 사드 사태 이후 급격히 사그라든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이다. 건물주 상당수가 재벌가로 공실 보다 빌딩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탓이다. 임대료를 내리면 금융권 대출 한도도 내려간다.
현재 청담동 메인 도로의 월세는 월평균 5천만~1억 원대, 이면도로도 4천~5천만 원대에 형성돼있다.
청담 불패 신화가 깨진 데는 무엇보다 명품 매출 하락과 유통 구조 변화를 들 수 있다.
명품 브랜드 전체 매출을 살펴보면 예년만큼 실적이 좋지 않다.
이곳에 매장을 두고 있는 대표 명품들만 살펴봐도 임차료는 늘고 매출은 줄었다.
‘버버리’는 58개점 기준 작년 2439억 원(회계연도 3월) 매출에서 올해 2358억 원으로 줄었다.
청담동 ‘버버리’ 매장의 임차 기간은 2029년 5월 31일까지며 지난 해 이 회사의 임차료는 38억8천4백만 원으로 조사됐다.
페라가모코리아는 2016년 매출이 1499억 원에서 지난해 1411억 원으로 떨어졌다. 임차료 지출 내용을 보면 한 해 동안 12억5천만 원이 나갔다.
명품의 유통 전략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리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백화점, 면세점, 이커머스에 포커싱하고 있다.
특히 국내 면세점이 늘면서 입점할 곳도 늘었고 이커머스 강화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 현대,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6% 대 신장했다. 그 중 이커머스에서 두 세 자리씩 신장하고 있다.
향후 상권 분위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헨리베글린’이 메인 도로에서 이면도로로 이전을, 베나코앤폰타나 매장이 ‘레베카밍코프’로 바꾸며, 한스타일이 슈즈 브랜드 매장을 열 예정이다.
하이엔드 보다는 매스티지 군으로 그레이드가 낮아질 공산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명품 중에서는 현재 케어링그룹 정도만 매장을 물색중이다.
이 곳 상권 관계자들은 청담거리 역시 라이프스타일이나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콘텐츠 구성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무엇이 됐든 집객력이 다시 살아나야 명품들의 귀환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