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패럴뉴스 조은혜기자, ceh@apparelnews.co.kr
2017년 12월 25일

여성 영 스트리트, 잔치는 끝났다
유통 수수료 인상, 상품 수급력 난관

“질적 성숙 기회로 봐야” 시각도

동대문 발 여성 영 스트리트 시장에 브레이크가 세게 걸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백화점에서 하나의 조닝으로 자리 잡으며 신규 브랜드가 줄 잇고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 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성장이 더뎌지고 신규 런칭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외형을 유지하더라도 갈수록 이익을 내기 쉽지 않아서다.

고속 ‘붐업(boom up)’된 만큼 ‘붐다운(boom down)’이 빨라졌다.

올 초에도 ‘라운지그레이’, ‘소호티카’ 등 중단 브랜드가 늘었고, 최근 2~3개 브랜드가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트리트 브랜드 총괄 임원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핫한 상품 군은 맞지만 정통 브랜드들에 비해 상품력이 약하다보니 우려됐던 조기 단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큰 난관은 유통 수수료 인상이다.

지난 추동MD개편 때부터 유통사들이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며 브랜드 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초기 20% 초반으로 적용되던 수수료가 27~28%까지 올라가는 중이다. 팝업도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확장여력을 갖춘 곳들만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100% 바잉 상품을 구성할 경우 정상 판매율 90% 이상을 가야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갈수록 안정된 판매율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은 곧 문을 닫으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2.5% 내외의 배수율로 버티기 어렵기 때문.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바잉 창구가 동대문으로 일원화돼 겹치는 상품이 많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최근 동대문의 침체로 상품 수급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바잉을 담당하는 업계 관계자는 “바잉 기반이 되는 동대문이 30%이상 붕괴되면서 수량이나 아이템이 예전만 못하다. 가뜩이나 바잉 창구가 좁은데 선택 폭이 줄어드니 차별화가 더 어려워지고, 고객들이 느끼는 스트리트 브랜드에 대한 피로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결국은 제조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고, 제조 비중을 늘리려면 유통볼륨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제조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 확대에 한계가 있는 백화점 이외 채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브랜드의 수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것.

작년부터 대리점 등 미 진출 채널 공략에 나서며 제조 비중을 키워가는 브랜드가 늘어난 이유다.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스트리트 시장이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붐업 시기에 맞물려 기초 체력도 갖추지 못한 브랜드들에까지 문을 열어주면서 난립했던 시장이 정리되면, 상대적으로 역량 있는 브랜드들의 확장성이 커지고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해져 시장이 상향평준화될 것이라는 것.

런칭 4년차에 들어선 한 스트리트 브랜드 영업팀장은 “제도권, 특히 백화점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마진 구조를 바꿔야 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려면 생산을 늘 려야 하고 생산이 안 되면 편집 기능이라도 높여야해 제조기반과 디자인력 등을 갖춘 브랜드 중심으로 걸러지고 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룸이 더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