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20년 10월 15일
장병창 객원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중국에도 알려지지 않은 이름, 지난해 매출 28억3000만 달러
하루 500개 트렌디, 초저가 아이템 출시, Z세대에 선풍적 인기
美, 유럽, 중동 등 세계 220여 지역 판매망 갖춘 베일 속 기업
[어패럴뉴스 장병창 객원기자] Shein. 세인 혹은 쉐인? 얼핏 한글 표기를 어떻게 해야할 지 혼란스럽지만 ‘쉬인’이라고 부른다. 원래 이름 ‘쉬 인사이드(She Inside)’에서 ‘She in, shine out’의 의미로 ‘Shein’으로 개명했다고 하니 ‘쉬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아 보인다.
쉬인은 중국 브랜드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혼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중국을 피해 시작부터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 유럽.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혜성과 같이 나타나 세계 220여개 지역에 뿌리를 뻗고 있는 괴력(?)의 글로벌 온라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통한다.
최근 몇 년 Z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 그 끝이 어디일지 경쟁사들이 그 파급 영향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르렀다.
우선 쉬인 브랜드 인기 상승 추이를 살펴보자. 최근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의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쇼핑 웹사이트 선호도에서 나이키를 제치고 아마존에 이은 2위로 부상했다. 지난해 영국 패션, 어패럴 쇼핑 사이트 순위에서는 넥스트, ASOS에 이은 3위로 H&M, 뉴 룩, 부후 닷컴 등을 따돌렸다. 지난 8월 이스라엘에서는 패션 웹사이트 판매 점유율 62%로 넥스트 21%와 ASOS 17%를 큰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신화 통신이 보도했다. 1년 전 넥스트 38%, ASOS 35%에 이은 3위로 27%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된다.
최근 중국과 사이가 나빠진 인도가 중국 앱 사용 중지 조치를 내리자 인도 패션, 의류 업계가 쾌재를 불렀다. 인도 시장에서 쉬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진출 1년 밖에 안 된 쉬인의 인도 내 1일 이용자가 1백만, 주문 처리 물량이 10,000건이라는 것이 인도 매체들의 보도다. 요즘 인도는 쉬인 말고도 자국 브랜드 민트라, 자봉, 플립 카트 패션 등이 있다며 이를 애용하자는 캠페인이 한창이다.
일본 니케이 보도에 따르면 쉬인의 지난 2016년 매출은 10억 위안, 1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년 후인 2018년에는 100억 위안, 15억 달러로 10배나 껑충 뛰어올랐다. 또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8억3,000만 달러로 1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영국에서 막스앤스펜서를 시가 총액에서 앞질러 업계를 놀라게 했던 온라인 패스트 패션 부후 그룹의 지난해 매출이 15억2,0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쉬인의 글로벌 위상을 어림할 수 있다. 외형보다도 성장 속도가 더 큰 관심사다.
쉬인 브랜드의 초고속 성장 요체는 ▲온라인을 통해 세계 224개 지역에 판매 거점 구축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1일 500개 신규 아이템 소개 ▲초저가 가격 등으로 요약된다.
외신들을 종합해 보면 쉬인은 2008년 중국 난징 아오다오 회사 해외 온라인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크리스 쑤(Chris Xu)에 의해 설립됐다. 2000년대 초 알리바바의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독립, 패션 라벨로 마케팅을 익힌 이른바 ‘알리바바 키즈’ 중의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비주얼, 검색 최적화,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알리바바에서 익힌 디지털 레슨을 해외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패션 기업 자라의 인디텍스가 93개국에 7,300여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쉬인이 단시일에 세계 224개 지역에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설명된다. 우선 매장 확보를 위한 투자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쉬인은 보스턴에 본사를 둔 중국계 벤처 캐피털 IDG로부터 투지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IDG는 바이두, 텐센트, 핀둬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쉬인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대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도 1,300만 명. 일본 유니클로의 3배로 패션, 어패럴 부문에서 세계 7위에 든다. 수백 명의 인플루언서가 활약하고 있는 것도 쉬인 마케팅의 재산이다.
이 같은 마케팅 인프라를 구축한 쉬인이지만 성장의 승부처는 판매다. 쉬인은 매일 500 개의 최신 트레디 아이템을 웹 사이트에 올리고 경쟁사들이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초저가로 Z세대를 집중 공략한다. 기본 가격이 워낙 저렴한데다 70% 플러스 20%의 할인 행사도 벌인다. 최근 자체 웹 사이트에서는 하루 1,000개씩 새로운 아이템을 올린다고 소개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중국을 잘 아는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같아 보인다.
오더 후 딜리버리 기간이 2-3주 걸리는 것이 쉬인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하지만 Z세대들은 트렌디하고 값이 저렴하다는데 매료되어 딜리버리 기간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쉬인은 개인 기업이기는 하지만 베일에 가려있는 것이 너무 많다. 수수께끼 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체 웹 사이트에는 본사가 싱가포르에 소재하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주소조차 없다. 좀 더 성장하려면 투명 경영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