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20년 03월 18일

장병창 객원기자 , appnews@apparelnews.co.kr

 

 

미국, 유럽, 중국 수요 격감, 재고 우려에 할인 판매 나서
방글라데시 등 오더 30% 줄고 바이어들 단가 인하 요구 
  
[어패럴뉴스 장병창 객워기자] 3월쯤이면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이라던 LVMH 그룹 총수 베르노 아르노 회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은 완전히 빗나갔다. 


제프리 투자은행이나 신용 평가기관 S&P의 전망도 틀렸다. 다만 블랙 스완, 검은 백조의 출몰을 들고 나와 2008년의 금융 대공황, 100년 전 5,0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스페인 독감을 상기시켰던 무디스의 평가가 새삼 음미되는 상황이다. 

 

한치 앞을 보지 못했던 패션, 의류 업계의 오판(?)은 중국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확산될 때 서플라이 체인의 붕괴를 우려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모습이다.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유럽과 미국 등 세계로 번지면서 이제는 서플라이가 아니라 판매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과잉 재고 걱정도 커지고 있다. 중국 공장들이 서서히 재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세계 서플라이 체인은 조금씩 기능이 되살아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리테일 시장은 시계가 멈춰 섰다.   


로이터 통신 등은 세계 최대 쇼핑 거리인 미국 뉴욕 피프스와 메디슨 애비뉴가 적막에 싸여 메이시스, 삭스 피프스 애비뉴, 갭 등이 고객 모시기 호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들 리테일러들이 대표 명의로 ‘매장이 오픈돼 있다. 안전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모시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이메일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있는 상황을 ‘호객’으로 표현했다. 


나이키를 비롯 아베크롬비 앤 피치, 파타코니아, 어번 아웃피터스 등은 잠정적으로 모든 매장을 닫아 버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유럽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 프랑스 순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사태가 선언되면서 밀라노와 로마, 마드리드와 파리 등 세계 패션 도시들의 패션 리테일 기능도 일시 정지,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비상령이 발효되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밖출입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첫 주까지 스페인 자라의 인디텍스가 마드리드 등 일부 지역 매장만을 닫고 영업을 계속했던 것이나 LVMH그룹의 세포라. 울타 뷰티, 에스티 로더의 MAC 화장품 등이 바이러스 감염을 염려해 손님들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는 메이크업을 삼가도록 했던 것과 같은 조치 등은 유치스럽게 비교된다. 


상황이 이처럼 급전되자 중국에 이은 제2의 의류 수출국 방글라데시 등에는 최근까지 중국 공장들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원자재 조달 어려움에서 새로운 수출 장벽에 부딪히는 어려움을 맞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방글라데시 의류 제조수출협회(BGMEA) 루바나 훅 회장 말을 인용해 ‘해외 브랜드들이 주문을 30% 줄이고 수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서플라이 체인들이 그간의 중국 휴업으로 팔지 못한 재고를 줄이기 위해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1만2천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독일 스포츠웨어 아디다스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시장 매장 가동이 85%나 떨어져 1분기 중 매출 손실이 1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아디다스 카스퍼 로스테드 CEO가 ‘할인 판매로 재고 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시 세계의 눈길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 등은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쇼핑몰과 명품 매장들이 다시 문을 열고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앞으로 몇 주 후에는 이른바 리벤지 스펜딩(Revenge Spending)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리벤지 스펜딩은 문 밖 출입 통제로 쇼핑에 굶주렸던 소비자들이 마치 복수라도 하듯 지갑을 푸는 경우를 뜻한다. 중국 문화혁명 직후의 사례가 본보기로 꼽힌다. 


하지만 리벤지 스펜딩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파급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블룸버그 진단이다. 아직도 쇼핑몰에 들어가려면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는 등 썰렁한 분위기다. 


그렇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이 진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중국 리테일 시장의  빠른 정상화는 곤경에 처한 글로벌 업계가 약간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실낱같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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