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패럴뉴스 박해영기자, envy007@apparelnews.co.kr
2017년 09월 25일, 02면 02번째 기사

직진출 해외 기업, 대리점 사업에 눈 돌린 이유
국내 특수 상황 고려한 로컬라이징 일환

국내 특수 상황 고려한 로컬라이징 일환

북핵 등 정세 불안 직접 투자 꺼리는 속사정도

국내에 직진출한 해외 패션 업체들이 최근 대리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직영 체제 중심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닥터마틴’을 전개하는 닥터마틴코리아는 직진출 이후 처음으로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청주점, 제주점을 냈다. 대리점은 위탁으로만 진행한다. 전국 70여개 점 중 대리점은 8개였는데, 이번에 신규점을 추가로 연 것이다. 아직은 테스트 개념에 가깝지만 상품 라인을 다각화한 만큼 대리점 개설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500억원에서 5년 후 1천억원까지 외형을 키운다는 목표다.

쌤소나이트코리아는 직수입 가방 ‘그레고리’로 올해 처음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백화점에 주력해 온 이 회사는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가두 상권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고기능백 브랜드로 마니아층이 두텁지만 국내서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포지션, 그 일환으로 가두 대리점을 선택했다.

이달 대리점 1호점을 개설, 연내 5개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대리점의 영업권을 보호해 가면서 천천히 확대할 예정이며 위탁, 사입 2가지 방식으로 운영한다.

VF코리아도 슈즈 ‘팀버랜드’의 대리점을 2015년부터 조금씩 시도했다. 현재는 3개점을 운영 중이지만 내년 10개점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팀버랜드’는 모두 위탁으로 운영 되고 있다.

패션 란제리 ‘에메필’을 전개하는 소쿠고베한국지점은 직진출 15년째로 뒤늦게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다. 모집 1년6개월 여 만에 10여개에서 40여개로 대리점이 단숨에 늘어 현재 총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연매출 500억원을 바라본다.

에메필의 프랜차이즈는 위탁 수수료 40%로 운영 된다. 1차 상권에서 2차 상권으로 확장을 검토 중이다.

직진출 기업들이 대리점 사업을 확장하게 된 사정은 사실 따로 있다.

국내 불안한 정세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고 있다. 유럽의 펀드사이자 2013년 닥터마틴을 인수한 퍼미라(Permira)의 경우 한국의 여러 정황(핵 위험) 때문에 직접 투자의 시기를 늦추려는 조짐이 있다. 직영점의 경우 직접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상당수 글로벌 본사들이 높은 부동산 비용이나 백화점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외는 북핵이나 사드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민감해 투자 시기로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도 선 듯하다.

글로벌 스포츠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위탁 대리점이 일반화된 유통 구조도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 상황이다.

그레고리, 팀버랜드, 에메필, 닥터마틴 등이 위탁 대리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국내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 또한 부담이 없지 않다. 내셔널 회사보다 적은 인원수로 재고 관리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장 매뉴얼의 글로벌 통합도 부담이다. 스와로브스키코리아의 주얼리 ‘스와로브스키’는 2015년 처음으로 대리점 비즈니스를 선언했고 많은 대리점주가 관심을 가졌지만 고급 매뉴얼을 지향하는 본사 매뉴얼을 대리점에 적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